2009/08/11 18:03

10억 鑑賞-영상



10억
박해일,신민아,박희순 / 조민호
나의 점수 : ★★★

일상의 심리를 모티브로 한 충격적인 영화.
10억을 건 서바이벌이 충격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심리 한 줄을 가지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과 작가의 능력에 충격을 받았다.

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심리이론으로 소개되어 누구나 알겠지만,
<설득의 심리학>에 보면 이런 심리가 나온다.

사람 많은 곳에서 급히 구조를 요청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꼭 한 명을 분명하게 콕! 지명해서 도움을 요청하라고. "거기 빨간 남방 입은 아저씨! 저 좀 도와주세요!" 라고......
무작정 웅성거리며 현장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며 "도와주세요, 도와주세요~" 해선 정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. 
그게 바로 군중심리라고.

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가 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다.
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심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심리는
이 인간 본연의 심리보다 한층 더 진화한 "현대 인간의 심리" 로 볼 수 있다.

그건 바로 나부터도 가지고 있고, 내 경우에는 오히려 제발 좀 키워보려고 노력 중인 "묻어가기 심리" 이다.
"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"하며 "나는 내 멋에 산다"는 이 시대에도 우리 삶의 곳곳에 만연해 있는
이 "튀지 말고 적당히 묻어 가자"는 심리가 영화 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.

그러니 아마 보는 관객들 대부분이 발단이 되는 사건 앞에서 뜨끔하지 않았을까. 
나 역시도 숨겨둔 내 치부를 들춰보이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.
나 였다면 어떻게 대응했을까.
언젠가부터 "굳이 내 손에 피 묻히지 말자. 부르면 3분 안에 달려온다는 112도 있고, 119도 있고 많잖아? 신고만 하면 되지~" 
라는 생각을 <현명함, 그 자체>로 여기기 시작한 나. 

날로 각박하고 무서워지는 이 사회에서 어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, 
잠시나마 생각해 보게 했다는 점에서 영화는 좋았다. 

그러나, 
 
이민기 : 대사가 빠르거나 흥분하면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그 즉시 생각이<해운대>로 건너가 버려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. 본인은 그걸 굳이 고치려는 마음이 없다지만, 나 같은 예민한 관객을 위해 좀 고쳐주면 안 되겠니? 난 자네가 <해운대>에서 보여준 모습에 홀딱 반해서 정말*10000 헤어나오기 싫었던 관객 중 한 명이라네......
그리고, 생명은 돈보다 귀한 거라네. 서로 밟고 올라서지 말고, 중간단계 건너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
유치원에서 배운대로만 실천하면 좋지 않겠나.

박해일 : 아마 제일 나쁜 행동을 한 사람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네.
작가주의도 좋지만, 자네 그 우스꽝스런 행동때문에
한 생명이 스러져갔고, 또 다른 생명들이 스러져갔으며, 자네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지 않았는가 말일세.
암튼 요새 걸핏하면 안 좋은 사건에도 호기심으로 카메라 들이대는 건 가끔은 보기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다.
(아흑~ 배우 박해일 늠흐 조아 ㅠㅠ.
그 무서운 사건 앞에서 작가주의/개인주의/출세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던 남자가 
어느 순간 매우 정의로운 인물로 변해 있어서 참~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지만,
그거야 작가 & 감독 탓이지 배우 탓이겠어? ㅠ.ㅜ)
그나저나 모던보이 쫄딱 망했는데......이거라도 좀 대박쳐야 이름값 할 텐데.
이름에 비해 대체로 흥행이나 작품성은 좀 저조한 것 같아 안타까운 배우.

고은아 : 연기도 튀지만, 코 좀 어떻게 해봐라. 원판불변의 법칙 어디로 가고 얼굴을 그리 망가뜨린담.....
관객 입장에서 보는 게 부담스러웠다.

정신차리고 한 번씩 살펴 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풍광임에도 불구하고
구도를 너무 가깝게 잡는데만 몰두해서 비싼 로케비 내고도 경치를 전혀 살려내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.
스토리 기반이 완전 다르긴 하지만,
스토리와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멋지게 잡아냈던 <오스트레일리아>와 대조되었던 것 같다.

전체적으로 쇼킹은 했으나 몇 군데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던 영화.
어차피 그렇게 죽고 10억을 날릴 거라면, 
오히려 8명의 킬러를 동시에 고용해 같은 방법으로 시내 한 복판에서
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군중심리를 이용해 죽일 수 있지 않았을까?
어차피 자기도 그렇게 될 거라면 말이지......

"희망은 있다" 라는 말 전에는 대체 무슨 말을 했을까?

덧글

  • 제우스 2009/08/11 19:21 #

    스포가 너무 강해요.. ㅋㅋ 영화를 안본사람은 이해를 잘 못할듯
  • 강낭콩 2009/08/13 13:31 #

    저는 '바람피기 좋은 날' 보고 완전 이민기에게 꽂혀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답니다.. 거기선 사투리 거의 안 썼는데, (자기 말로는) '해운대' 찍다가 그간 서울말 연습한 거 도로묵 되는 거 같다고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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